걸그룹이 창궐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수준으로 늘어나게 된 현 상황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없는 걸그룹은 금방 묻히거나 대체되고 만다. 예로, 레인보우같은 경우는 내가 극 초창기부터 빨던 그룹이지만 현재까지 타 걸그룹을 누르고 뭔가 터질수 있는 무언가는 없어왔고 그것이 실제로 문제가 되어 물에 젖은 화약처럼 남게 되었지. 이 특수성의 필요성은 근본적으로 아이돌이 상품으로서 존재해야 하는 사회의 굴레에서 비롯된다. 걸그룹의 성공을 위한 가장 필요한 조건은 상품의 마케팅에 필요한 그것과 상당히 유사하다. 대체불가성, 즉 성장 기반이 되는 충성도있는 팬층의 확보와 그 이탈의 방지; 그리고 대중적 인지도, 즉 잠재적 소비자에 대한 인지도가 그것이다. 전자가 "버티는" 것과 "화력"에 기여한다면 후자야 말로 연예산업의 기본적 수익구조이며 "돈벌이"의 핵심이다.
그것을 머리속 한켠에 넣어두고 잠시 다른 생각해보자. 수많은 현존 한국 걸그룹 중에 가장 이질적인 걸그룹을 하나 대라고 한다면, 그것은 단연 F(x)이다. F(x)의 가장 특징적인 요소는, 대중적 유사성애대상으로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미적 기준에서 에프엑스가 타 그룹에게 밀린다는 뜻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F(x)의 특징은 유사성애대상으로서 착취할수있는 요소들을 모두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쪽으로 마케팅을 하지 않으며 그렇게 소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사성애대상이란 예전에는 달랐지만-예전의 유사성애에 대해서는 다른 글을 쓸까한다- 현재는 속된말로 딸감이다. 일반적인 딸감 연예인의 특징은 1. 몸매가 좋다, 2. 얼굴이 "색스럽다,"가 기본이다. 섹시 컨샙도 클라라가 하면 살이 탁탁탁거리지만 윤아나 수영이 하면 일반적으로는 이쁘다 한마디와 목탁의 탁탁탁소리가 들리기 마련이다. (물론 이건 내 생각이다. 대표적으로 난 윤아가 벗은거 보면 안설거 같아- 라는 입장이다 보니까)
물론 일베같은 온라인 매체에서의 교류도 있기에 여자 연예인의 소비를 방송으로 한정할수는 없다. 인터넷 상에서 크리스탈은 절대자인 현아의 폼이 주춤할때마다 차기 패왕 후보로 늘상 꼽혔다. 설현과 유라의 등장 이전에는 패왕의 거의 유일한 대항마였다. 설리도 넷상에서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좀 더 생각해보면, 그게 전부이다. F(x)의 유사성애대상으로 유통되지 않는다. 유통사 뿐 아니라 1차적 소비자들에게도 말이다. 그 증거로 인터넷에서도 F(x)의 맴버 노출사진을 찾아보자. 소녀시대, 카라같은 선배는 당연하다 치고, AOA나 걸스데이같은 후배들에게도 압도적으로 밀리는 숫자이다. 소비자의 자체 생산품이라고 볼수 있는 팬픽에서도 에프엑스의 수위 팬픽은 손에 꼽는다. 양은 물론이고 질에서도 많이 부족한것이 사실이다.
자, 잠시 아까 1차의 생각을 다시 꺼내자. 걸그룹의 일반적 마케팅 방식은 대체불가성의 추구를 1차적 목표로 두되 그것의 실패를 동시에 가정하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다시말해 충성심있는 팬을 노리지만 그것이 실패할것이라는 것을 가정하고 대체가 가능해도 광범위하게 팔릴수 있는 방식으로 마케팅을 한다는 것이다. 섹시코드는 마케팅의 대표적 방향이다. 차별화는 딱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팔린다. 광범위한 어필이 가능하니까. 그 어필을 가능하게 하는 상품은 몸이다. 차별화도 이미 포장이 아닌 몸의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끝난다. 전효성이 잘 팔리는 이유는 시크릿의 이미지 때문이 아니라 그녀의 몸이 남과 확연히 차별화가 가능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상품경쟁이 계속되면 결국 소비자는 배버의 법칙에 따라 신선한 자극에 반응하기 때문에 기존의 상품들은 어필의 범위나 강도가 감소하게 된다. 그리고 그 소비의 속도는 결국 공급을 잡아먹게 되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안그래도 시장의 성장속도가 상품의 공급을 따라잡지 못하는데 더욱 심한 포화상태로 인해 산업의 경쟁이 심화되며 산업종사자 전반에 걸쳐 삶의 질이 하락할수 있으며 산업 자체가 하락세로 접어들수있다. 당장 "뜬" 걸그룹들이 계속 그 지위를 유지하는것이 차별화의 산물이 아닌 익숙함의 산물이라는것을 살펴보자. 소녀시대가 지금의 위상을 유지하는 것은 떴었기 때문이지 그 개개인의 역량이 경쟁상품을 압도해서 그런것이 아니다. 연예계 자체가 작은 사회이며 작은 시장이기에 인맥과 군기가 강하게 잡힌다는것을 감안할 필요도 있다.
그것을 감안할때 우리 함순이들은 대체불가성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그 누구도 에프엑스의 음악을 대신하거나 그들의 퍼포먼스를 대신하지 못한다. 아니, 대신하지 않는다. 애프터스쿨이 퍼포먼스에 몰빵해 곡이 묻히는 그룹이라면 에프엑스는 음악 자체가 이미 남들이 하면 욕먹는 수준의 것이다. 이것은 대체불가성을 그룹의 차원에서 갖추는것은 오로지 퍼포먼스에 의존해야 한다고 보는 트랜드를 어떤 의미에서는 넘는것이다. 그 소녀시대도 안정적인 후크를 벗어나 The Boys부터 퍼포먼스에 올인하고 있지 않은가? 어느 순간부터 소녀시대의 춤을 따라하는 대중은 사라졌다. 그것이 퍼포먼스에대한 의존도의 상승을 의미한다. 그런데 에프엑스는 처음부터 그것을 따라하는 사람들은 팬밖에 없었다. 노래방 가봐라, 누가 함순이 노래 부르나. 이 대체불가 마케팅이 모든 팀에게 가능하지야 않겠지만 그것에 주목할 만한 요소가 있다는것은 사실이다.
아이돌의 유사성애대상으로서의 마케팅은 드크레람볼트적 성향을 자극하는것이 기본이지만, 걸그룹은 그 성향 자체에 의존하기 보다는 성욕에 직접호소하는것이 편리하다. 그러므로 회사측이 컨샙을 짜서 그것에 기반한 이미지를 예능, 방송등과 화보등의 스케줄을 활용해 가공하는것이 기본의 공정이다.
이때 사진이나 직캠등은 기획사의 직접적인 마케팅 방향의 산물이고, 팬픽-소설뿐 아니라 합성사진등-은 대표적인 소비자들의 마케팅 동향이다. 그런데 에프엑스는 기본적으로 회사가 화보를 찍어주거나 섹시한 컨샙을 잡아서 가공해주지 않는다. 패왕색 패기를 장착한 수정이가 튀는것은 어쩔수 없지만, 설리나 빅토리아처럼 외모가 타 걸그룹 비주얼 담당을 털어버리는 맴버도 섹시한 이미지로 판매하지 않고 있다. 기본적으로 거리를 두는 도도함과 의외의 귀여움이 에프엑스의 경쟁력이다. 이런 추세 때문에 2차창작을 하는 소비자-즉, 팬층-들이 생산하는 것도 섹스어필보다는 기존 이미지의 연장선에 있다. 즉 매체에 대해 이미지 가공을 하지 않는것 만으로 개나소나 가능한 딸감으로서의 판매를 통해 이미지를 소모하는것을 방지하고 다른 판매방식을 갖출수 있다.
난 함덕이며 카덕이다. 군대에서 걸그룹이 눈요기감으로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실감했기에 지금의 마케팅을 무조건적으로 반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미성년자의 포장과 더불어 과포화된 시장에서 상품의 과격함이 증대되는것이 상품이라고 지칭되는 그 여성들의 삶의 질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가속화되는 "상품 회전 속도"를 누르기 위해서는 적절한 때 상위의 팀들이 은퇴하거나 하위의 팀들이 해체하는등 산업종사자 수의 감소가 필수이지만, 그 피해를 최대한 완충할수 있는 방법이 상위와 신규 팀들이 에프엑스의 이미지 비가공 마케팅을 참고해서 작은 시장의 기반을 마련하고 그 팜으로 생존하는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써놔도 조금이라도 변할까? 제일 쓸데없는 연예인 걱정의 끝에는 항상 이런 생각이 든다.


덧글
고유특수성이 완료된 스타들로부턴 팬으로써도 자부심을 잃지않을것도 같네요
괜히 일반 상업노선탓다가 망하는 케이스도 종종보게되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