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동생들이 모의고사가 대부분 물이었다는 이야기를 할때부터 이럴 분위기는 예상이 된다고 했다. 수학은 만점받아야 1등급이라네. 당장 내 주변에도 기분 잡쳐서 무슨 수능을 이따위로 내냐며 욕하는 분위기가 팽배한 상태이다. 근데 내 관점에서는 이게 납득이 안간다는 거지.
예를 들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보자. 08-09 첼시와 맨유의 결승에서 존 테리가 빗물이 흥건한 잔디에서 미끄러지며 PK를 실축하며 첼시는 빅이어를 눈앞에서 놓치게 된다. 이때 첼시 팬들은 빗물이 있는 경기장을 원망했고, 테리를 원망했다. 그런데 과연 이게 올바른 일일까. 그 누구도 이런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비온 경기장에서 경기를 한것도 경기의 일부니까.
수능이 변별력이 없다는것이 왜 문제냐? 글쎄, 먼저 한문제만 틀려도 한등급이 떨어지는 등 실수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있겠다. 위의 예시처럼 상황이나 컨디션의 난조등 하나의 요소는 결정적인 순간에 실력과 무관하게 결과에 큰영향을 줄수 있다. 실력을 평가해야하는 수능이 실력을 명확하게 평가할수 없다면 문제라는거다. 근데 잠시 생각해보면 이건 챔스처럼 아무런 문제가 없는거다. 만약 컨디션이 안 좋아 시험을 망친다면 너는 고작 그 정도의 실력자인거다. 경기날에 비가 온다면 그건 누구에게나 영향을 줄수 있다. 그것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은 너는 그 정도밖에 안된다. 시험날에 아프거나, 시험날에 난감한 상황에 봉착한다면 그건 누구에게나 일어날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넌 영향을 받은 쓰레기잖아. 그러면 당연히 그 대가를 치러야지.
변별력이 없다는것은 시험을 못봤거나 남들보다 밀리는 내신을 가진 사람에게 불리하다는 뜻이다. 개나소나 점수가 잘나오면 상대적으로 다른 조건이 뛰어난 = 내신 좋은, 혹은 특활에서 남을 압도하는 = 돈많은 사람이 유리하게 된다. 근데 상관없지 않나? 어쨌든 중요한건 시험 잘보면 되잖아? 라는 한마디로 모든게 해결되는데 뭐. 이거에 대해 한탄하는 사람은 많지만 아무도 이것에 구체적인 반론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알아야 한다. 진짜 문제는 변별력이 없는 시험이 아니라 겨우 고등학교 3년에 배우는 내용을 가지고 보는 시험이 인생을 결정하게 내버려두는 사회다. 수능 문제가 어떻게 나올지, 상황이 어떨지, 이런건 상당부분이 운이고, 실력이상으로 운이 결과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 이 운이 미치는 영향을 견제하고 어느정도 커버할수 있는 방법은 돈과 권력인데, 이것이야말로 사회불평등이 아닌가? 무엇보다 수능점수로 대학이 결정되고 대학으로 직장이, 직장으로 인생이 결정되는 이 구조가 문제이다. 수능이 일발이 아닌 세번 시험을 보아 시험의 최고점만을 적용하는 방식이라면 그래도 지금 같을까? 직장에서 대비할수 없는 블라인드 면접으로 사람을 뽑는다면 그래도 지금과 같을까? 아니, 경력을 가지고 직장을 옮길수 있는 시스템, 그리고 스카웃 시스템이 활발하게 작용한다면 그래도 사회는 지금과 같을까? 정말?
수능이 물수능이라 안타깝다. 진심이야. 그런데 너희들이 이런 사회에 살게 내버려둔건 미안하다. 이건 더 진심이야.
- 2014/11/16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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